부모님을 모시고 오랜만에 서울 수서동에 위치한 '필경재'(必敬齋)를 방문했습니다.
필경재는 '반드시 웃어른을 공경할 줄 아는 자세를 지니고 살라'는 뜻으로서 만들어졌으며, 종갓집 가옥의 가호가 '필경재'라고 합니다.
필경재는 세종대왕의 5번째 아들인 광평대군의 증손자 이천수가 건립한 전통 한옥이며, 1987년에는 전통건조물 제1호로 지정됐고, 1999년부터 지금까지 궁중요리 전문점으로 명맥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현재는 국내외 유명인사들이 우리나라를 방문하면 필히 방문하는 궁중요리 전문점으로 한해 약 3만명 정도가 필경재를 방문한다고 합니다.
이런 유서 깊은 곳에서 먹는 궁중음식은 더할나위 없이 행복감을 주게 마련인데요.
저도 오랜만에 부모님께 효도하기 위해 필경재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먼저 필경재 위치부터 알려드릴게요.
500년 이상 된 고택인 필경재는 원래 99칸의 대저택이었지만, 현재는 50칸 정도의 규모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전통 한옥인 만큼 고즈넉한 풍경과 아름답게 잘 가꿔놓은 정원의 모습에 한번 더 감탄해봅니다.
복잡한 도시 서울에 이런 멋진 한옥 저택이 남아 있으리고는 상상도 못 하는 이들이 많을 거 같습니다.
필경재가 너무 음식점으로 보이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면서, 건물은 외관을 그대로 유지하고 궁중요리를 만들기 위한 시설은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안착시켰다고 합니다. 입구에는 ‘필경재(必敬齋)’ 석자만 간판에 기입하고 별도로 음식점 표기를 하지 않은 것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필경재 한옥과 정원 이곳저곳을 배회하며 사진 촬영에 정신이 팔렸었네요. 해가 저문 밤에 필경재를 방문하게 되면 한옥 저택이 주는 고풍스러움에 매혹된다고 하던데, 아직 밤에 방문한 적이 없어서 다음에는 저녁식사로 필경재를 한번 더 방문할 요량입니다.
필경재의 식사 장소인 '충효당'(忠孝堂)으로 들어가 봅니다.
참고로 필경재는 충효당, 긍지실, 이호당(二護堂)의 현판이 걸린 전각에서 식사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오찬 메뉴는 미, 죽, 국화, 난, 매화, 수라 정식 등 총 6가지 코스로 진행됩니다.
충효당 안으로 들어오니, 창밖으로 수서동 인근의 아파트가 살며시 보입니다.
저 아파트만 없었으면, 정말 100점 만점의 풍경을 자랑했을텐데, 안타까운 부분이었습니다. 이런 문화재가 있는 장소 인근에는 되도록 현대식 건물이 없었으면 하는 생각이 절로 났네요.
필경재 방문 전에 예약할때 4명 자리를 예약했는데, 이렇게 정성스레 자리를 다소곳하게 마련해주셨네요.
한옥 천장은 우물반자틀을 정자(井字)로 짜고 그 위에 넓은 널을 덮은 반자형 보수공사를 진행한 모양입니다. 500년 된 필경재 한옥 보수가 잘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저희 일행은 오찬을 하기 때문에 저 6가지 코스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습니다. 고민 끝에 국화 정식을 주문했습니다.
상세 코스 메뉴 및 가격은 아래와 같습니다.
- 필경재 코스 메뉴 및 가격 -
수라정식 250,000원
매화정식 190,000원
국화정식 130,000원
죽정식 98,000원
미정식 60,000원
평균적으로 15가지 내외의 궁중요리가 코스로 나오며, 마지막 후식으로 식혜와 과일류가 나옵니다.
메뉴는 계절에 따라 일부 변경되기도 한다니 방문 시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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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한 국화정식 궁중요리가 하나둘씩 나왔습니다. 요리 하나하나 정교하면서도 기품 있는 맛을 뽐냈습니다.
조용한 분위기에서 기본 정식부터 코스요리가 진행되기 때문에 천천히 먹기 좋았습니다. 음식을 평소 천천히 드시는 부모님이 흡족해하셨던 부분이었습니다.
궁중 신선로, 쇠고기 편채, 떡갈비, 문어 숙회, 보쌈김치 등 임금님 수라상에 올라간 궁중요리들이 눈앞에 펼쳐지니,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보쌈 김치가 아주 맛있었습니다. 김치에 견과류가 들어가는데 시원하면서도 고소한 맛도 조금 느껴지는 듯했습니다.
궁중 신선로는 서버분들이 직접 떠다 주시는데, 직접 떠서 먹지 않아서 감동이 약간 반감되었네요. 처음 먹어봤던 신선로의 맛은 담백하면서도 깊은 국물 맛을 냈는데요. 호불호가 강한 음식이라 엄청 맛이 괜찮다는 평을 내리긴 어려웠습니다.
얼마 안 먹은 거 같은데, 코스요리를 계속 끊임없이 흡입하다 보니 배가 부르더라고요. 전체적으로 맛과 영양, 건강을 챙긴 궁중요리였습니다.
한옥 밖의 풍경을 만끽하며 조선시대 궁중요리를 맛볼 수 있다는 것에서 큰 점수를 주고 싶네요. 인생에서 한 번쯤은 와볼 만한 음식점이었습니다. 다음에 방문을 한다면, 만찬으로 예약해서 방문하고 싶네요.
필경재의 밤은 어떤 모습일지도 궁금합니다.
필경재에서는 상견례나 돌잔치, 스몰웨딩도 자주 진행하는 것 같으니 관심있으신 분들은 한번 컨택해보심이 좋을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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