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을지로의 골목을 비집고 들어가면 만날 수 있는 앤티크 한 카페인 '커피한약방'에 다녀왔습니다.
지인이 이 근처 지리를 꿰뚫고 있는데, 꼭 한번 가보라고 추천해줘서 방문하게 됐습니다. 커피한약방은 1930년대의 을지로, 종로 골목길을 그대로 재현한듯한 비좁은 공간을 뚫고 들어가면 한 마법처럼 안착해 있는 카페입니다.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은 커피한약방 입구가 어딘지 찾기 힘들 정도로 골목 구석에 숨겨져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알았는지 사람들이 꽤나 많이 찾아오는 카페이기도 합니다.
커피한약방은 조선의 명의인 허준 선생님이 진료를 보던 혜민서 자리에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먼저 커피한약방 위치부터 알려드릴게요.
커피한약방은 을지로3가역에서 도보로 7분 거리에 위치해 있습니다. 정확하게는 을지로 신한 L타워 뒤쪽의 골목 상권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여전히 종로와 을지로 일대에는 오래된 전봇대의 전선들이 하늘을 휘감고 있습니다. 을지로 대로 옆에 우뚝 솟은 현대식 건물들과는 대조적으로 오밀조밀한 근대기의 골목상권이 자리 잡고 있어 시대가 다른 공간이 상존해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한 두 사람 정도 오갈 수 있는 골목길에 카페와 디저트를 판매하는 장소가 마주 보고 있는데, 바로 커피한약방과 혜민당이 주인공입니다. 커피한약방에서 커피 주문을 받고, 디저트를 먹으려면 혜민당에 가서 주문해야 합니다.
먼저 커피한약방에 들어왔습니다. 이곳에서 커피와 디저트를 먹을 생각으로 2층에 먼저 자리를 잡고, 1층으로 다시 내려와 커피 주문을 해봅니다.
1층에 멀뚱히 서 있으면 로스팅을 진행하고 있는 원두의 향이 비좁은 건물 전체에 피어납니다. 자연스레 커피 향수를 뿌린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됩니다.
1920-30년대 느낌의 독특한 실내구조와 인테리어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카페인 평일 오후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만큼 방문한 사람들도 꽤나 되어 보였습니다.
좁디좁은 골목에 이런 감각적인 카페를 만들었는지, 운영자의 인사이트가 아주 돋보이는 부분이었습니다.
2층으로 찬찬히 올라가보니, 조선 후기에나 볼법한 창호문이 반갑게 맞이해줬습니다. 전통 다방과도 같은 분위기를 일부러 연출한 탓인지, 100여 년 전의 그날로 시간여행을 온 거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2층에 자리를 잡고, 다시 1층으로 내려와서 커피와 음료 주문을 해봅니다. 뭘 마셔볼지 고민하다가 아이스커피와 샹그리아를 주문해 봤습니다.
마실 것을 주문하고 1층 내부 이곳저곳을 구경했습니다. 1층에 자리잡고 있는 LP판에서 나오는 음악과 원두커피 향이 서로 한데 얽혀서 과거로의 여행을 계속하도록 만들어줍니다. 몽환적이라는 표현은 이럴 때 쓰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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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인테리어를 구성하는 것 중 하나는 필터커피를 내리는 장면을 바로 볼 수 있도록 한 것인데요. 커피를 볶고, 내리고, 서빙되어 나오는 일련의 과정을 모두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한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일반 카페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장면들입니다.
눈앞에서 필터커피의 핸드드립하는 모습을 시간 가는줄 모르고 지켜보면, 금세 커피 한잔이 나오는 것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커피를 판매하고 내리는 곳은 자개장을 개조해서 만든 듯해 보였습니다. 예전 할머니 댁에 놀러 가면 항상 보였던 자개장을 이곳에서 다시 보게 되니 추억을 제대로 돋게 만들더라고요. 눈이 행복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커피한약방의 주요 메뉴 및 가격은 아래와 같습니다. 참고해 주세요.
- 주요 메뉴 및 가격 -
필터커피 4,500원
필터 스페셜 5,500원
프로마쥬 6,100원
무스 오미자 6,100원
카페라떼 4,800원
카푸치노 4,800원
바닐라라테 5,200원
메이플라테 5,200원
모카라테 5,200원
에스프레소 4,000원
꼰빠냐 5,200원
더치 5,800원
생과일주스 6,000원
와인에이드 5,800원
과일 tea 6,000원
핫쵸코 5,000원
아이스 쵸코 5,000원
오곡라테 5,000원
우유 3,000원
탄산수 3,000원
유기농 꽃차 4,600원
수제 라즈베리 요구르트 4,800원
아포가토 5,500원
상그리아 하절기 6,200원
글뤼바인(동절기) 6,200원
라즈베리밀크 6,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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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전체를 커다란 커피 전시 공간처럼 디스플레이한 느낌이 제대로 들었습니다. 단순하게 돈만 퍼부어서 꾸민 것이 아닌 개인의 취향과 센스 있는 소품 활용이 하나로 집약된 것처럼 공간 꾸미기에 열을 올린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카페 구석구석 정성이 안 들어간 곳이 없었습니다.
카운터에는 친절하게 필터커피 가이드도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커피는 주로 필터커피가 대부분이었고 우리나라 식으로 직접 지은 이름도 붙어있었습니다.
원두의 맛에 대한 설명이 쓰여져 있었으며, 일반 필터커피와 필터 스페셜의 차이도 직원분께서 친절하게 설명해 주시더라고요. 커피한약방에서는 자체적으로 금장과 은장 등급으로 나누어져 있었습니다. 참고로 저 같은 경우엔 설명을 들은 다음, 일반 필터커피와 스페셜의 차이를 그리 느끼지 못해서 은장 등급을 주문했습니다.
생두를 원두로 만드는 로스팅 기계도 1층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그것도 최신 로스팅 머신이 아닌, 오래된 기계로 손수 커피를 볶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마치 숙련된 장인의 모습이 연상될 정도로, 생두가 원두로 변해가는 모습을 제대로 확인하기 위해 초집중하는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조선시대 혜민서 자리였다는건 알았는데, 구급용 가방과 청진기 등의 인테리어용 디스플레이를 보니, 이곳이 왜 한약방이란 이름이 붙었으며 옛날 로컬 의원 느낌을 주는지 이해가 되더군요.
이제 디저트를 구입하기 위해 커피한약방 건너편에 있는 혜민당으로 들어가 봅니다. 혜민당은 과거 혜민서의 자리에 위치해 있더군요.
혜민당에서 판매하는 디저트들은 모두 맛깔난 모습을 뽐내며 어서 자신들을 사가라고 독촉하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혜민당의 시그니처 메뉴는 '눈 내리는 마을'과 '둘세캐러멜'이라는데 저희 일행은 그냥 일반 조각 케이크 2개를 주문했었네요. 다음에 방문할 때는 반드시 시그니처 메뉴들을 주문해 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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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한약방과 혜민당은 함께 운영하는 구조기 때문에 앉는 좌석도 두 군데 중 원하는 곳에 앉아서 커피, 음료, 디저트를 음미할 수 있습니다. 저희 일행은 이미 커피한약방 2층에 자리를 맡았기 때문에 혜민당에서 주문한 디저트를 가지고 다시 커피한약방 2층으로 올라가봅니다.
2층 자리에 앉아서 음료와 디저트 맛을 볼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사실 커피한약방 아이스커피의 경우에는 일반 카페에서 나오는 얼음이 아닌 슬러쉬 형태의 눈꽃 얼음이 담겨 나오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해서 아이스커피를 주문했는데, 제가 주문한 아이스커피 얼음은 그냥 일반 얼음이 나와서 아쉬움이 가득했습니다.
필터커피는 일반 원두커피 맛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습니다. 산미가 느껴지는 커피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엄청 만족할 거 같은 느낌이네요.
그냥 커피 맛에 연연하지 않고, 옛날 레트로 분위기를 느끼면서 커피 한잔하기에 딱 좋은 곳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거 같습니다. 특히 본인이 빈티지 감성의 카페를 좋아한다면 커피한약방이 제격입니다.
디저트도 상큼한 케이크 한 조각을 맛보는 느낌이랄까요?
기대만큼은 아니지만, 기본 이상의 맛을 추구하는 듯했습니다. 시그니처 디저트가 아니라서 그럴 수도 있다란 생각이 들더군요.
커피한약방 2층에도 커다란 백두산 호랑이 그림과 서예서체, 자개장 등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어서 그런지 인테리어 분위기가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커피한약방의 단점을 꼽자면 화장실 사이즈가 좀 작다는 것인데, 워낙 오래된 건물에 위치해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이해되는 부분입니다. 좌석수도 그리 많은 편은 아니라서 늦게 오거나 평일이 아닌 주말에 오게 된다면, 앉아보지도 못하고 나가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는 게 단점이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모습을 간직한 장소가 없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소망이 있습니다. 종로와 을지로 인근은 매년 최신식 건물로 리모델링되고 있는데요. 계속 똑같은 자리에서 이 모습 그대로 커피한약방과 혜민당이 운영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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